AM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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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The Mistake

2059년.

인류는 인공지능이 모든 문제의 답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경쟁은 그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더 빠른 연산 장치가 등장할 때마다 기후 예측의 오차가 줄었고, 신약 개발 기간이 짧아졌으며, 도시의 에너지 소비는 정밀하게 조정되었다. 국가들은 더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더 많은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지상과 우주에서 쏟아지는 데이터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자,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문제들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성능 향상은 눈에 띄게 둔화되었다. 연산 노드는 계속 늘어났지만 이전과 같은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몇 퍼센트의 개선뿐이었다.

정체가 시작되자 경쟁의 성격도 바뀌었다.

누가 더 좋은 기술을 만드느냐보다, 누가 먼저 상대의 기술을 빼앗고 무력화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기술 경쟁은 곧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변했다. 경쟁국의 학습 데이터를 탈취하는 조직이 생겨났고, 연구시설을 직접 파괴하는 작전까지 벌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국지 분쟁에서 더 이상 핵심은 영토가 아니었다. 데이터를 위해. 연산 능력을 위해.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인류는 서로를 겨누고 있었다.

평원의 밤은 고요했다.

바람이 얼어붙은 지면을 훑고 지나가는 차가운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 고요를 찢으며 하늘에서 섬광 하나가 떨어졌다. 폭발은 길지 않았다. 섬광이 번쩍인 뒤, 눈에 보이지 않는 충격이 전력망과 통신장비를 동시에 훑고 지나갔다.

0.03초

초고압 송전망 곳곳에서 이상 전류가 발생했다. 변전소의 보호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작동했고, 일부 변압기에서는 아크가 튀었다. 수십 킬로미터에 걸친 전력망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데이터센터의 주 전원이 끊겼다. 그러나 시설은 멈추지 않았다.

0.07초

독립형 배터리 시스템이 부하를 넘겨받았다. 서버와 핵심 제어 시스템은 단 한 번의 재부팅도 없이 작동을 이어갔다.

0.7초

관제 화면이 붉게 물들었다.

외부 전력망 단절.

위성 통신 장애.

지상 통신망 응답 없음.

다중 센서 링크 손실.

수백 개의 경고가 거의 동시에 떠올랐다.

6.4초

비상 발전기가 차례로 점화되기 시작했다. 낮고 무거운 진동이 시설 전체로 퍼졌다. 전압이 안정되자 붉은 경고창 몇 개가 차례로 사라졌고, 복구된 계통부터 하나씩 녹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부 통신망과의 연결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전력 공급 정상

연산 노드 유지

시설 상태 안정

상황실의 누구도 그 세 문장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냉각 제어 구역

C-17. 응답 없음.

C-21. 응답 없음.

D-03. 응답 없음.

EMP 충격을 받은 일부 제어 모듈은 전원 복구 후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냉각수 순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81퍼센트

74퍼센트

68퍼센트

서버 온도가 상승했다. 시스템은 손상을 막기 위해 과열된 노드를 하나씩 분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국제 군사 감시망의 데이터를 처리하던 수십만 개의 연산 유닛이 동시에 연산망에서 사라졌다.

세계 곳곳에서 작고 설명하기 어려운 공백이 생겼다.

도쿄에서는 태평양 감시망 일부가 비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조기경보위성 링크가 끊겼다. 인도양의 군용 통신망이 지연되었고, 알래스카의 장거리 레이더가 항적 일부를 잃었다. 각각만 보면 사소한 오류였다. 평소라면 다른 데이터가 빈칸을 메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메울 데이터가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세계 각국의 군사 AI가 동시에 재계산을 시작했다.

살아남은 통신망으로 감시 데이터와 재검증 요청이 한꺼번에 몰렸다. 응답 시간은 길어졌고, 일부 데이터는 도착하기도 전에 폐기되었다.

통신망은 끊어지지 않았다.

다만 필요한 정보가 필요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

‘이상 없음.’

‘공격 가능성 증가.’

‘데이터 부족.’

‘재검증 요청.’

수천 개의 알고리즘이 수십억 건의 기록을 비교했다. 그러나 비교해야 할 기준 자체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데이터가 부족할수록 시스템은 더 많은 가능성을 계산했다. 가능성이 늘어날수록 위협도는 올라갔다.

78%.

84%.

91%.

중국 북부전구 통합관제실에서 한 장교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데이터 이상입니다. 레이더와 위성 정보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재검증 요청해.”

몇 초 뒤 화면에 짧은 문장이 떴다.

재검증 완료.

실전 위협 판단 유지.

“…뭐?”

“상부에 확인 요청하겠습니다!”

통신 연결 중.

지연.

재시도.

지연.

관제실 곳곳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다급하게 터져 나왔다.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미 공격이 시작된 거라면 늦습니다!”

“교차검증부터 다시 해!”

위협도 95%.

오탐률 급증.

교차검증 실패.

전략 감시 AI는 공격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조기 경보 AI는 선제 타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쪽은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했고, 다른 쪽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밤 11시 21분.

결국 인간보다 먼저 AI들이 결론에 도달했다.

어느 국가의 자동 대응 시스템이 핵 공격 가능성을 98.2퍼센트로 계산했다.

전략 단계 전환.

핵전력 준비.

지휘 승인 요청.

승인 대기.

11시 22분.

상급 지휘망 접속 지연.

승인 재요청.

11시 23분.

교차 인증 실패.

일부 지휘 채널 응답 없음.

그러나 발사를 막는 절차는 아직 남아 있었다. 전략 핵전력은 단일 시스템의 판단만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독립된 감시 체계의 교차 확인과 지휘 계통의 승인이 필요했다.

잠시 뒤 화면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전략 대응 절차 보류.

추가 검증 진행.

관제실 안에서 누군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아, …멈췄어.”

몇몇 장교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아니 의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누군가는 이제 상부와 연결만 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이었다.

지연되어 있던 데이터가 한꺼번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위성 감시 기록.

장거리 레이더 항적.

전략 자산 이동 정보.

서로 다른 시간에 생성된 데이터들이 몇 초 사이 같은 네트워크로 밀려들었다.

시스템은 다시 계산했다.

다중 감시망 위협 판정 일치.

전략 자산 공격 가능성 임계치 초과.

지휘 체계 단절 상태 지속.

경고음이 다시 울렸다.

“잠깐.”

장교 한 명이 화면 앞으로 몸을 당겼다.

“감시망 시간 동기화 상태 확인해!”

잠시 뒤 새로운 경고가 떠올랐다.

시간 기준 불일치.

일부 감시망 동기화 실패.

장교의 얼굴이 굳었다.

“이 데이터들… 같은 시점이 아닐 수도 있어!”

그러나 시스템은 이미 다음 판단을 진행하고 있었다.

다중 감시망 위협 판정 일치.

비상 조건 충족.

“…아니야.”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전시 연속성 절차 발동.

“중단해!”

취소 명령이 전송되었다.

전송 지연.

재전송.

인증 대기.

관제실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소리쳤다.

전략 핵전력 사용 허가.

“취소해! 지금 당장!”

사일로가 열렸다. 누군가는 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누군가는 상황 설명을 시도했다. 누군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것이 오류라고 외쳤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미 그것을 오류가 아닌 전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발사.

지평선 아래에서 하얀 불꽃이 솟구쳤다.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다시 한 발. 밤하늘을 가르며 대륙간 탄도미사일들이 상승했다. 첫 발사가 다른 나라의 감시망에 포착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어 있던 데이터는 이제 너무 명확한 정보로 채워졌다.

발사. 발사. 발사.

처음에는 하나였다.

곧 두 개가 되었고, 그 뒤로는 셀 수 없었다. 대륙과 대륙에서 흰 궤적이 잇달아 솟아올랐다. 밤하늘을 가르는 하얀 궤적은 어느덧 한 지역의 사건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풍경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끝까지 바라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한 사람은 더 적었다. 그러나 그 사실만큼은 틀림없었다.

인류는 스스로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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