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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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성인식

성인식 당일 아침, 지정 의료시설의 대기실은 교실보다 조용했다.

메런과 친구들은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채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같은 학교 학생들이 주변에 모여 있었지만 평소 교실에서 떠들던 목소리는 조금 낮아져 있었다. 누군가는 기대에 차 있었고, 누군가는 입술을 깨물었다. 누군가는 괜히 웃었다.

딘이 양손을 비볐다.

“이제 진짜 시작이네.”

케이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끝나면 진짜 강화되는 거냐?”

옆에서 누군가 끼어들었다.

“야, 먼저 각성하면 기다려라.”

“무서우면 지금이라도 도망가.”

학생들이 웃었다. 웃음 뒤에는 다들 비슷한 긴장이 숨어 있었다. 잠시 후 담당 의사가 앞으로 나왔다. 그의 뒤로 커다란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안녕하세요. 담당의 이안 로웰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Neural Link Procedure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담당의는 학생들을 한번 둘러봤다.

“긴장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빨리 시작했으면 하는 사람도 있겠죠.”

몇몇 학생이 작게 웃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오늘 진행될 절차와 주의사항을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시면 설명이 끝난 뒤에 질문해도 됩니다. 지금부터 AI Core 융합 절차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학생들의 시선이 모였다.

“먼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시행되는 Neural Link Procedure는 현재까지 매우 높은 안전성을 확보한 표준 의료 절차입니다. 수술 자체로 인해 신체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는 사례는 사실상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작게 안도의 숨이 나왔다. 의사가 이어 말했다.

“다만 매우 낮은 확률로 AI Core와의 융합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기실이 다시 술렁였다.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융합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나요?”

“네. 하지만 대부분은 Core를 교체한 뒤 다시 시행하면 정상적으로 융합됩니다.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학생들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의사는 다음 화면을 띄웠다.

“오늘 수술은 모든 대상자의 최종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진행합니다. 혈액 검사, 신경 반응 검사, 생체 신호 확인, AI Core 적합성 검사. 모든 결과가 기준을 충족한 대상자만 수술을 받습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세 개의 항목이 나타났다.

신체특질.

두뇌특질.

균형.

학생들이 다시 웅성거렸다.

“아마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겠죠. 나는 어떤 특질이 나오는가.”

담당의는 화면을 가리켰다.

“먼저 하나 알아둘 게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사람의 특질을 이 세 가지로 나누는 것은 아닙니다.”

웅성거리던 목소리가 조금 잦아들었다.

“AI Core 융합 후에는 신체와 인지 양쪽의 특성이 여러 수치로 측정됩니다. 사람마다 그 분포도 모두 다릅니다. 실제로는 어느 지점부터 신체형이고, 어느 지점부터 두뇌형이라고 정확히 나뉘는 것이 아닙니다.”

화면 위에서 두 개의 그래프가 서로 다른 비율로 움직였다.

“다만 사회에서는 이해하기 편하게 신체 쪽 특성이 두드러지면 신체특질, 인지 쪽이 두드러지면 두뇌특질이라고 부릅니다.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은 경우에는 균형이라고 부르고요.”

의사가 학생들을 둘러봤다.

“여러분도 평소에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 오늘 설명에서도 그 분류를 사용하겠습니다.”

메런은 손을 들었다.

“축구를 오래 했는데요.”

담당의가 메런을 바라봤다.

“그럼 저는 신체특질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건가요?”

담당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사실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메런은 눈을 깜빡였다.

“지금까지의 신체 능력이나 인지 능력도 물론 검사 자료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융합 이후의 특질 분포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화면에 몇 가지 사례가 나타났다.

“오랫동안 운동을 한 사람이 두뇌특질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고, 연구나 학업을 중심으로 살아온 사람이 신체특질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일제히 웅성거렸다.

“그럼 우리가 예상하는 거랑 완전히 다를 수도 있는 거예요?”

“아무도 모르는 거야?”

담당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예상이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뒤쪽에서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럼 밸런스가 제일 좋은 거예요? 둘 다 높은 거니까?”

“아닙니다.”

담당의는 바로 대답했다.

“밸런스라는 건 신체와 인지 양쪽의 측정값이 서로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는 뜻입니다. 두 능력이 모두 높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화면에 서로 다른 그래프가 나타났다. 두 사람 모두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었지만 전체 수치는 크게 달랐다.

“마찬가지로 신체특질이라고 해서 두뇌특질인 사람보다 반드시 신체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학생들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담당의가 화면을 넘겼다.

“예를 들어 두뇌 쪽 비중이 높은 사람이라도 신체 측정값 자체는 상당히 높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체특질로 분류되어도 다른 사람보다 모든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은 아닙니다.”

딘이 작게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복잡하네.”

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담당의가 웃었다.

“그래서 의료진은 원래 세 단어만으로 여러분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일상에서 사용하기 편하도록 그렇게 부르는 것뿐입니다.”

잠시 학생들을 둘러본 뒤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오늘 확인되는 결과가 앞으로 여러분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분야가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발전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메런은 가만히 화면을 바라봤다. 운동을 오래 한 사람이 두뇌특질. 별것 아닌 예시였는데 괜히 귀에 남았다.

담당의가 홀로그램을 닫았다.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잠시 후부터 안내되는 순서에 따라 한 명씩 이동하게 됩니다. 입실 전에는 의료진이 신원과 최종 검사 결과를 다시 확인할 겁니다.”

그는 긴 의자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한번 둘러봤다.

“긴장되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도 오늘 여러분이 받는 절차는 아주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표준 절차입니다. 너무 겁먹지는 마세요.”

누군가 물었다.

“선생님도 받으셨어요?”

담당의가 잠시 그 학생을 바라봤다.

“저만 안 받았으면 여기 서 있으면 안 되겠죠?”

잠깐 정적이 흐른 뒤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조금 굳어 있던 분위기가 풀렸다. 담당의도 작게 웃었다.

“그럼 조금 뒤에 뵙겠습니다.”

그가 자리를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내 방송이 울렸다.

“1번 대상자 입실해 주십시오.”

학생들이 하나씩 이름을 불리기 시작했다.

“조금 이따 보자.”

“끝나고 보자.”

“긴장하지 마.”

친구들이 수술실로 들어갈 때마다 남은 사람들은 손을 흔들었다. 긴 의자의 빈자리가 하나씩 늘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메런.”

메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환자 확인.”

“신원 확인 완료.”

“최종 건강 상태 정상.”

“혈액 검사 정상.”

“신경 반응 정상.”

“생체 신호 정상.”

“AI Core 확인.”

“Neural Link 준비 완료.”

담당 의사가 메런을 내려다봤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곧 마취가 시작됩니다.”

메런은 천장을 바라봤다.

‘신체 특화.’

갑자기 그것만 생각났다. 헤비 스매시 선수. 그 정도면 충분했다. 조명이 흐려졌다. 목소리가 멀어졌다.

“Neural Link Procedure...”

“Synchronization...”

“Core Activation...”

의식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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