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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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적성

“메런.”

누군가가 이름을 불렀다.

“메런!”

목소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언제까지 기절해 있을 거야.”

메런은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흰 천장. 옅은 소독약 냄새. 그리고 침대 옆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두 얼굴. 케이와 딘이었다. 딘이 먼저 웃었다.

“드디어 일어났네.”

메런은 몇 번 눈을 깜빡였다.

“...끝났어?”

“끝났으니까 여기 있지. 왜 니가 제일 늦게 일어나냐?”

케이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어때? 뭔가 달라진 것 같아?”

메런은 잠시 자기 몸을 살폈다. 손가락을 움직였다. 팔을 들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별다른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뒤통수 쪽에 묘한 이물감이 있었다. 통증은 아니었다. 아주 얇은 무언가가 피부 아래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

“아니... 나 이제 막 깼는데?”

세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메런은 뒤통수를 몇 번 더 만졌다.

“변화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뭐가 하나 붙어 있는 느낌?”

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딘도 자기 목 뒤를 만졌다.

“나도.”

메런이 피식 웃었다.

“난 AI랑 융합하면 바로 초사이언 되는 줄 알았는데.”

딘이 즉시 받아쳤다.

“야. 그건 만화잖아.”

“어제 네가 먼저 말했거든?”

입원실에 웃음이 번졌다. 잠시 뒤 케이가 무언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아, 맞다. 간호사 선생님이 메런도 안정 찾으면 진료실로 오래.”

“그래?”

메런은 몸을 일으켰다.

“그럼 가보자.”

담당 의사 이안 로웰은 세 사람의 차트를 번갈아 확인했다.

“좋습니다. 세 분 모두 수술은 정상적으로 끝났습니다.”

그는 화면을 넘기며 말했다.

“우선 간단한 신경 반응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손을 한번 펴보세요.”

세 사람이 손을 펼쳤다.

“천천히 쥐었다가 다시 펴고.”

메런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평소와 다를 것은 없었다.

“이번에는 이쪽을 보세요.”

작은 빛이 화면 위를 움직였다. 시선이 빛을 따라갔다.

“좋습니다. 감각 이상은요? 저림이나 움직이기 어려운 곳은 없습니까?”

케이와 딘이 고개를 저었다. 메런이 뒤통수를 가리켰다.

“약간... 뭐가 붙어 있는 느낌은 있습니다.”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이안이 메런의 차트를 확인했다.

“마취가 풀리면서 약간의 통증이나 이물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합니다.”

딘이 자신의 목 뒤를 만졌다.

“그럼 이제 AI가 몸 안에 있는 건가요?”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다만 AI가 어떤 한 지점에 들어가서 여러분을 조종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다릅니다.”

화면에 AI Core와 인간의 신경계가 나타났다.

“AI Core 자체는 물리적인 장치입니다. 하지만 Neural Link Procedure의 핵심은 Core를 넣는 데 있는 게 아니라, Core와 여러분의 신경계를 하나의 정보망으로 연결하는 데 있습니다.”

화면 위에서 가느다란 선들이 신경망을 따라 퍼졌다.

“수술 과정에서 나노 단위의 신경 연결 구조가 여러분의 기존 신경망과 결합했습니다. 이제 AI는 감각 신호, 운동 신호, 생체 상태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케이가 화면을 바라봤다.

“그럼 제가 보고 듣는 것도 AI가 같이 아는 거예요?”

“필요한 범위에서는 그렇습니다.”

“생각도요?”

이번에는 이안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여러분이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모든 생각을 누군가 옆에서 문장으로 읽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AI가 직접적으로 다루는 건 신경 신호와 상태 정보에 더 가깝습니다.”

그는 화면을 넘겼다.

“그리고 연결은 한쪽 방향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인간의 신경계로 되돌아오는 신호가 표시됐다.

“AI가 계산한 결과 역시 신경계를 통해 다시 전달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위험을 알리거나, 감각을 조정하거나, 움직임을 보조하는 데 활용될 수 있고요.”

딘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럼 진짜 힘도 세지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다만, 정확히 말하면 무조건 힘을 크게 만드는 게 목적은 아닙니다.”

이안이 웃었다.

“몸이 낼 수 있는 힘, 신경이 전달할 수 있는 속도, 근육의 상태, 관절에 걸리는 부담. AI는 그런 것들을 계속 계산합니다. 그리고 현재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효율을 높입니다.”

메런이 물었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요?”

“네.”

화면에 사람의 몸과 그 주위를 둘러싼 선이 나타났다.

“여러분의 몸은 기계가 아닙니다. 근육은 찢어질 수 있고, 관절은 손상될 수 있고, 신경도 과도한 자극을 견디지 못합니다.”

이안은 선을 가리켰다.

“그래서 AI에는 안전 제한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낼 수 있는 출력을 높이더라도 신체와 신경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지 않도록 계속 조절합니다.”

딘이 말했다.

“그럼 AI가 못 하게 막는 것도 있어요?”

“위험한 행동이라면 경고하거나 개입할 수는 있습니다.”

“개입?”

“예를 들어 몸이 손상될 정도로 무리하게 힘을 쓰려고 하면 출력을 낮추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치명적인 위험이 예상될 때는 움직임을 조금 방해하거나 균형을 조정할 수도 있고요.”

케이가 물었다.

“그럼 AI가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도 있는 거예요?”

“아닙니다.”

이안의 대답은 단호했다.

“최종적인 선택은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그는 세 사람을 차례로 바라봤다.

“AI는 여러분을 대신해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는 여러분이 선택한 행동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쪽에 가깝습니다.”

딘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네.”

“여러분이 의식하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건 좋네요.”

“아마 며칠 지나면 지금보다 더 그렇게 느끼실 겁니다.”

이안은 차트를 내려놓았다.

“그럼 실제 연결 상태를 한번 확인해보죠.”

세 사람이 그를 바라봤다.

“각자의 AI를 한번 불러보시겠습니까?”

케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부르면 되나요?”

이안이 웃었다.

“그건 저도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세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이상해졌다.

“왜요?”

“AI는 외부 단말이 아닙니다. 버튼을 누르거나 정해진 호출어를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니까요.”

그는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가리켰다.

“누군가는 말을 걸면서 연결되고, 누군가는 특정 행동이나 감정을 계기로 처음 연결됩니다. 별생각 없이 있다가 자연스럽게 AI의 신호를 인식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럼 안 되면요?”

“결국은 모두 연결됩니다.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세 사람은 서로 얼굴을 봤다. 딘이 먼저 입을 열었다.

“AI.”

아무 일도 없었다. 잠시 기다리던 딘이 말했다.

“무시하는데요?”

케이가 웃었다.

“처음 만났는데 벌써.”

케이는 눈을 감았다.

“안녕?”

역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도 무시하네.”

메런이 피식 웃다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AI?”

처음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아주 짧은 순간. 생각과 생각 사이 어딘가에서 낯선 감각이 스쳤다.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직접적이었다. 자기 생각이라고 하기에는 미묘하게 달랐다.

‘연결 상태 확인.’

메런의 시선이 허공에 멈췄다.

“...?”

이안이 바로 메런을 바라봤다.

“방금 뭔가 느끼셨습니까?”

메런이 의사를 돌아봤다.

“네?”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메런은 잠시 망설이다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누가... 말을 건 것 같은데요.”

진료실이 조용해졌다. 딘이 메런을 봤다.

“진짜?”

“잘 모르겠어.”

이안은 메런의 차트를 다시 열었다.

“무슨 말이었습니까?”

“연결 상태 확인...이라고.”

이안의 손이 잠시 멈췄다.

“벌써 연결됐군요.”

“빠른 건가요?”

“많이 빠릅니다.”

이안은 메런의 신경 연결 기록을 확인했다.

“대부분은 수 시간에서 수일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친 뒤 AI의 신호를 분명하게 인식합니다. 융합 직후 연결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흔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화면과 메런을 번갈아 봤다.

“신경 신호의 동기화가 상당히 빠르네요.”

메런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안이 아주 작게 말했다.

“마치... 이미 연결되어 있었던 것처럼.”

“네?”

“아닙니다.”

이안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넘겼다.

“그럼 이제 여러분이 제일 궁금해할 결과를 보죠.”

세 사람의 자세가 동시에 조금 달라졌다.

“수술 후 측정된 특질 분포입니다.”

세 개의 화면이 나란히 나타났다. 각각 케이, 딘, 메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안이 먼저 딘의 화면을 열었다.

“가르딘 씨.”

“네.”

“신체 쪽 비중이 뚜렷합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신체특질에 해당합니다.”

딘의 입꼬리가 바로 올라갔다.

“봐.”

메런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뭘 봐.”

“내가 뭐랬어.”

케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설명 안 끝났거든?”

이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만 사전에 말씀드렸듯 신체특질이라는 말이 모든 신체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높다는 뜻은 아닙니다.”

딘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현재 가르딘 씨의 결과는 본인의 전체 특질 분포 안에서 신체 쪽 비중이 확실히 높다는 의미입니다. 운동을 계속한다면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있겠죠.”

“스매시도요?”

“물론입니다.”

딘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지는 제가 보장 못 합니다.”

“그건 제가 하면 되죠.”

딘의 대답이 너무 빨라서 메런이 웃었다.

“역시 너답다.”

이안은 다음 화면을 열었다.

“케이트 씨.”

케이가 조금 긴장한 얼굴로 화면을 봤다.

“두뇌 쪽 비중이 높습니다. 사회적 분류로는 두뇌특질입니다.”

딘이 바로 말했다.

“내가 맞췄네.”

“조용해봐.”

케이가 화면을 들여다봤다.

“두뇌특질이면... 정확히 뭐가 달라지는 거예요?”

“그것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안이 확대된 특질 분포를 보여줬다.

“같은 두뇌특질로 분류된 사람끼리도 세부적인 분포는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특정 종류의 정보 처리에서 두드러질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다른 형태의 인지 작업에서 더 높은 적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케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두뇌특질이라고 다 같은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니네요.”

“맞습니다.”

“그냥 큰 방향성에서 유사하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마지막 화면이 열렸다. 메런. 이안은 잠시 결과를 확인했다.

“메런 씨도 두뇌 쪽 비중이 높습니다.”

메런은 화면을 바라봤다.

“...두뇌특질이요?”

“네.”

딘이 가장 먼저 고개를 돌렸다.

“응?”

그는 메런과 화면을 번갈아 봤다.

“니가 두뇌라고?”

메런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제가…두뇌라고요?”

이안은 차분하게 화면을 가리켰다. 일부러 헛기침을 섞었다.

“흠흠. 설명드렸던 걸 기억하시죠?”

메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운동을 많이 했다고 해서 반드시 신체 쪽 비중이 높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딘이 물었다.

“근데 얘 실제로 운동 잘하는데요.”

“그것과 모순되지 않습니다.”

딘이 눈썹을 올렸다. 이안이 세 사람의 결과를 한 화면에 띄웠다.

“이 분류는 사람끼리의 절대적인 우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딘과 메런의 화면을 가리켰다.

“가르딘 씨가 신체특질이고 메런 씨가 두뇌특질이라고 해서, 모든 신체 항목에서 가르딘 씨가 반드시 메런 씨보다 높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럼 제가 신체특질인데 얘보다 약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딘이 메런을 봤다. 메런이 웃었다.

“왜. 억울해?”

“아니. 많이 억울한데.”

케이가 웃었다. 이안도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사람마다 전체 수치와 그 안의 분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신체특질, 두뇌특질, 균형이라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한 사람 안에서 어느 방향의 비중이 더 큰지를 쉽게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파악된 수치 역시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앞으로 융합에 관한 수치는 발달하면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메런이 자신의 화면을 다시 봤다.

“그럼... 두뇌특질이어도 스매시 선수는 할 수 있는 건가요?”

이번에는 이안이 바로 대답했다.

“두뇌특질이라는 이유만으로 못 할 이유는 없습니다.”

메런의 시선이 의사에게 향했다.

“다만, 프로 수준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왜요?”

“프로 스포츠는 아주 작은 차이로도 경기력이 갈리니까요.”

이안은 메런의 화면을 닫지 않은 채 말했다.

“지금 이 결과만 가지고 가능하다,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이릅니다. 융합 이후 신체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AI와의 협응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실제 훈련에서 어느 수준까지 성장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메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제까지 생각했던 것처럼 당연한 길도 아니었다. 이안이 화면을 닫았다.

“그리고 이 결과가 평생 그대로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 사람이 다시 그를 바라봤다.

“오늘 측정된 건 지금 이 시점의 상태입니다. 앞으로 훈련하고, 경험하고, AI와 적응하면서 세부 수치는 계속 달라집니다.”

“그럼 특질도 바뀌어요?”

케이가 물었다.

“큰 분류 자체가 바뀌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두뇌를 단련하고 신체를 단련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수치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메런은 다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두뇌특질. 아직 그 말이 자기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안이 분위기를 바꾸듯 말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AI 보조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죠.”

그는 세 사람을 번갈아 봤다.

“세 분은 친구 사이죠?”

셋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가르딘 씨.”

딘이 의사를 봤다.

“네?”

“메런 씨를 한번 때려보시겠습니까?”

“...네?”

이번에는 케이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 그건 얘한테 보상인데요.”

“야.”

딘은 어이없어하면서도 메런 쪽으로 돌아섰다.

“어디를요?”

“가볍게만 하시면 됩니다.”

딘이 메런의 뺨을 가볍게 쳤다.

툭.

메런은 맞은 부위를 만졌다. 이안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메런은 조금 이상한 얼굴이 되었다.

“맞았다는 건 느껴집니다.”

잠시 멈췄다.

“근데... 별로 안 아픈데요.”

“정상입니다.”

이안이 메런의 차트를 보여줬다.

“방금 AI가 통증 신호의 강도를 조절했습니다.”

메런의 눈이 조금 커졌다.

“제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그래서 보조 시스템입니다.”

“그럼 통증을 계속 꺼놓으면 무적인 거 아닌가요?”

딘이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아닙니다.”

이안은 웃었다.

“통증은 단순히 불쾌한 감각이 아니라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입니다.”

화면에 손상된 신체 부위가 표시됐다.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몸이 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뼈가 부러지지 않는 것도 아니고요.”

메런이 맞은 뺨을 다시 만졌다.

“AI는 고통을 없애는 게 아니라 필요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여러분에게 알려줍니다. 메런 씨는 AI가 빠르게 연결되어서 예시를 보여드린 것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은 AI가 확실하게 연결된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메런의 머릿속에 다시 작은 신호가 떠올랐다.

‘생체 상태 안정.’

메런의 손이 멈췄다. 잠시 뒤 또 하나.

‘통증 억제 수준 정상.’

메런은 아무 말 없이 허공을 바라봤다. 친절하다기보다 정확했다. 목소리라 부르는 것이 맞는지도 아직 알 수 없었다. 옆에서는 케이와 딘이 자기 안의 AI를 느껴보려는 듯 가만히 집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제 막 자신의 AI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메런에게는 이상하게도 반대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AI를 부른 것이 아니라.

AI가 먼저 자신을 찾아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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