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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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기로(岐路)

다음 날 아침에도 뱅가드라는 단어는 사라지지 않았다.

메런은 침대 끝에 앉아 한참 동안 휴대폰을 바라봤다. 어젯밤에 다시 확인해 본 내용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뱅가드. 에셜론. 꿈.

세 단어가 머릿속에서 서로 부딪혔다.

“메런, 아침 먹자.”

밖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식탁에 앉아서도 말수가 적었다. 맞은편에서 밥을 먹던 여동생이 메런을 한번 쳐다봤다.

“오빠 오늘 왜 조용해?”

“원래 조용해.”

“아닌데.”

메런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몇 번이나 메런을 살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와.”

문이 닫힌 뒤 어머니는 현관을 잠시 바라봤다.

운동장에는 케이와 딘이 먼저 나와 있었다. 메런을 발견하자 딘이 발밑의 공을 툭 건드렸다.

“늦었어.”

“몇 분 가지고.”

“삼 분.”

“그걸 세고 있었냐?”

딘이 대답 대신 공을 찼다. 메런은 가볍게 받아냈다. 운동장 가장자리의 벤치에는 케이가 앉아 있었다. 손에는 음료가 들려 있었다.

“오늘도 파이팅!”

“넌 안 해?”

메런이 물었다. 케이는 고개를 저었다.

“너희 둘 사이에 왜 들어가.”

딘이 말했다.

“현명하네.”

“칭찬으로 들을게.”

메런이 웃으며 공을 앞으로 밀었다.

“오늘은 제대로 붙자.”

딘의 표정이 바로 달라졌다.

“좋아.”

케이가 한숨을 쉬며 음료를 옆에 내려놓았다.

“몇 점?”

딘이 대답했다.

“다섯 번 먼저 뚫는 쪽.”

“또 내가 세야 돼?”

“응.”

“진짜 당당하네.”

케이는 투덜거리면서도 손가락을 펼쳤다.

메런이 먼저 공을 잡았다. 딘이 몇 걸음 앞에서 자세를 낮췄다. 둘 사이의 움직임이 멈췄다. 메런이 먼저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딘의 무게중심이 아주 조금 따라왔다. 그 순간 메런은 발바닥으로 공을 끌어당겨 반대쪽으로 돌렸다. 딘도 바로 방향을 틀었다. 메런이 다시 한번 발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공이 움직이지 않았다. 딘의 시선만 순간적으로 아래로 떨어졌다. 메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을 바깥쪽으로 밀었다.

“아.”

딘이 뒤늦게 몸을 붙였지만, 메런이 먼저 선을 넘어갔다. 케이가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메런 하나.”

딘이 공을 받아 들었다.

“방금 그거 다시 하면 안 걸린다.”

“그럼 막아봐.”

이번에는 딘이 공격이었다. 딘이 왼쪽으로 치고 나가는 척했다. 메런이 길을 막았다. 딘은 바로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그대로 한 걸음 더 밀고 들어왔다. 메런이 몸을 붙이는 순간, 딘이 공을 오른쪽으로 빼며 어깨를 밀어 넣었다. 메런의 중심이 흔들렸다. 그 짧은 틈에 딘이 먼저 선을 넘었다.

“하나, 하나.”

케이가 말했다. 메런은 바로 공을 가져왔다.

“다시.”

“쉬지도 않냐?”

“왜, 힘들어?”

딘이 웃었다.

“해봐.”

다시 메런이 공격했다.

이번에는 큰 움직임이 없었다. 메런은 작은 터치만 반복하며 딘의 앞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 딘도 움직이지 않았다. 둘 다 상대가 먼저 반응하기를 기다렸다. 메런의 발이 공 위를 한 번 지나갔다. 딘은 그대로였다. 두 번째.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세 번째 순간, 메런이 갑자기 속도를 올렸다. 딘도 동시에 따라붙었다. 메런이 공을 안쪽으로 접었다. 딘의 발이 정확히 길을 막았다.

탁.

공이 튕겨 나갔다.

“뻔해.”

메런이 웃었다.

“방금 처음 봤으면서?”

“두 번이면 충분해.”

케이가 벤치에서 고개를 저었다.

“너희는 이게 재밌어?”

둘이 동시에 대답했다.

“응!”

케이가 잠시 둘을 바라봤다.

“……그러시겠지.”

다시 공이 움직였다.

한 번은 메런이 딘을 속였고, 다음에는 딘이 메런의 길을 읽었다. 딘이 힘과 속도로 밀고 들어오면 메런은 먼저 길을 막았고, 메런이 짧은 터치로 틈을 만들면 딘은 끝까지 따라붙었다. 한 번 통했던 움직임은 두 번 통하지 않았다. 케이의 손가락이 하나씩 접혔다가 다시 펴졌다.

“셋 대 셋.”

메런과 딘은 숨을 고르면서도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메런이 웃었다.

“오늘은 내가 이긴다.”

딘도 웃었다.

“꿈 깨.”

벤치에서 케이가 말했다.

“너희 진짜 학교 운동장에서 언제까지 이럴 거야?”

메런이 공을 주우며 돌아봤다.

“왜?”

“성인식 끝나면 둘 다 스매시에서 실컷 할 수 있잖아?”

딘이 먼저 대답했다.

“당연하지.”

망설임이 없었다. 케이의 시선이 메런에게 향했다.

“메런?”

메런은 잠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맞아.”

너무 오래 생각해온 일이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딘이 공을 발밑에 세우며 말했다.

“그럼 거기서 다시 붙으면 되겠네.”

메런이 웃었다.

“그 때도 내가 이길걸?”

“그 말 기억한다.”

“기억해.”

케이가 둘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둘 다 아직 뽑히지도 않았거든?”

“쟤보다 먼저 뽑히면 돼.”

“내가 할 말인데?”

다시 공이 움직였다.

메런에게 이런 미래는 특별히 상상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성인식이 끝나고, 훈련을 하고, 선수가 되고. 그곳에서도 딘과 이렇게 공을 두고 경쟁하는 것.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그것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미래가 되어 있었다. 잠시 뒤 셋은 운동장 가장자리에 앉았다. 케이가 물병을 건넸다.

“그래도 둘 다 진짜 할 것 같긴 해.”

딘이 물을 마시며 말했다.

“당연하지.”

메런이 웃었다.

“너는 그 말밖에 없냐?”

셋이 웃었다. 웃음이 잦아들자 메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휴대폰으로 향했다. 최근 검색 기록의 맨 위에 뱅가드가 있었다. 그는 몇 초 동안 그 단어를 바라보다가 화면을 껐다.

축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현관 안쪽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왔냐.”

메런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빠?”

거실에는 아버지가 앉아 있었고, 그 옆에서는 여동생이 무언가를 떠들고 있었다.

그날 저녁 식탁은 평소보다 조금 시끄러웠다.

출장을 마친 아버지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날 저녁 식탁은 평소보다 조금 시끄러웠다. 출장지에서 있었던 이야기, 어머니의 프로젝트, 성인식, 축구 이야기가 오갔다. 메런도 몇 번 웃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놓치지 않았다.

“오늘 메런, 아침부터 계속 고민이 있더라.”

메런이 흠칫하며 어머니를 봤다.

“엄마.”

아버지가 메런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무슨 일인데?”

“아니, 그냥...”

말을 흐리던 메런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꿈을 꿨어.”

아버지는 재촉하지 않았다.

“너무 생생해서. 혹시나 해서 찾아봤는데... 꿈에서 본 게 실제로 있더라고.”

“뭔데?”

“뱅가드.”

식탁의 공기가 아주 조금 멈췄다. 조금 전까지 떠들던 여동생도 메런을 바라봤다.

“근데 내가 본 거랑 공식 기록이 너무 달라. 에셜론 피해도 찾아보려고 했는데 전부 비공개였어.”

아버지는 놀라거나 꾸짖지 않았다.

“그래?”

그 반응이 오히려 메런을 당황하게 했다.

“그럼 직접 알아보는 건 어때?”

“...직접?”

“남이 알려주는 답보다 직접 확인한 답이 더 확실할 때도 있으니까.”

메런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스매시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건 오래전부터 너무 당연해서 굳이 이유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꿈이었다. 친구들. 훈련. 스타디움. 관중석의 함성. 그런데 그 사이로 전혀 다른 장면이 끼어들었다. 무너진 도시. 손에 들려 있던 총. 움직이지 않던 몸. 그리고 괜찮다고 말해주던 이름 모를 대원.

밤이 되자 메런은 창가에 섰다. 멀리 건물들 사이로 성인식 홍보 영상이 지나갔다. 화면이 바뀌며 에셜론 모집 광고가 이어졌다. 메런은 한참 동안 그것들을 바라봤다. 아직 무엇을 선택할지는 몰랐다.

다만 처음으로, 스매시 옆에 풀리지 않은 질문 하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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