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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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VANGUARD

“직접 알아보는 건 어때?”

아버지의 말이 다음 날까지 남아 있었다.

메런은 집을 나서며 몇 번이나 그 문장을 떠올렸다. 그렇다고 당장 에셜론 본부로 찾아갈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다. 성인식도 아직 전이었다. 정보 접근 권한은커녕 출입 자격조차 없을 가능성이 컸다.

‘방법은 나중에 생각하지 뭐.’

그렇게 친구들과 만나 축구장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한 번이었다. 잠시 뒤 같은 경보가 도시 곳곳에서 이어졌다.

거리의 사람들이 하나둘 하늘을 올려다봤다. 메런도 고개를 들었다. 수송기 편대가 도시 상공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는 전투 드론들이 넓게 퍼졌고, 수송 드론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뒤를 따랐다. 도로 위의 신호가 한꺼번에 바뀌었다. 일반 차량이 지나던 차선 몇 개가 붉은 표시로 전환됐다. 주행 중이던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며 옆 차선으로 빠졌다.

교차로의 안내 화면도 동시에 바뀌었다.

[남부 4·5구역 진입 제한]

[우회 경로를 이용하여 주십시오]

[현재 에셜론 안전 작전이 진행 중입니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중앙 차로가 완전히 비었다. 그 위로 에셜론 수송 차량들이 들어왔다.

장갑차.

병력 수송차.

무인 지원 차량.

그 위를 낮게 지나가는 드론들. 무장 병력은 차량이 정차하기 전부터 이미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차량 문이 열리자 몇 명은 바로 교차로로 향했고, 다른 병력은 건물 쪽으로 흩어졌다. 누가 큰 소리를 내거나 뛰어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각자 정해진 위치가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케이가 지나가는 장갑차를 바라봤다.

“와.”

딘도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규모가 좀 큰데?”

그때 거리 곳곳에 떠 있던 광고 화면이 일제히 사라졌다. 대신 같은 문장이 나타났다.

[남부 구역 안전 통제 시행]

[해당 지역 시민은 안내된 경로를 따라 이동하여 주십시오]

몇몇 사람들의 휴대 단말에서도 동시에 알림음이 울렸다. 근처의 여자가 화면을 확인했다.

“아, 세 블록 아래까지 비우나 봐.”

옆에 있던 남자가 물었다.

“어디로 가래?”

“북쪽 광장.”

“그럼 저쪽으로 가면 되겠네.”

둘은 특별히 서두르지도 않고 방향을 바꿨다. 거리 끝에서는 에셜론 대원 두 명이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천천히 이동해 주십시오.”

“건물 안에 남아 있는 분 있습니까?”

가게 주인이 손을 들었다.

“위층에 직원 둘 있어요.”

대원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하겠습니다.”

그가 곧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직원 두 명이 내려왔다. 마지막에 나온 대원이 건물 내부를 한번 더 확인한 뒤 출입구에 통제 표시를 붙였다. 근처에 있던 아이가 어머니의 손을 잡아당겼다.

“엄마, 무슨 일이야?”

어머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아이가 줄지어 지나가는 무장 병력을 바라봤다. 어머니가 말했다.

“에셜론이 왔으니까.”

그 말에는 의심이 없었다. 오히려 주위 사람 몇 명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가 말했다.

“또 뱅가드인가?”

메런의 시선이 즉시 돌아갔다. 딘은 이미 뉴스 알림을 확인하고 있었다.

“요즘 자주 보이네. 남쪽 구역이라는데.”

“다행이다. 여긴 아니네.”

케이가 안도했다. 메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셜론.

뱅가드.

어제까지 화면 속 글자였던 두 이름이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통제 구역과 그 바깥의 경계가 빠르게 만들어졌다.

바닥에는 이동선을 표시하는 빛이 나타났고, 시민들은 그 안내를 따라 빠져나왔다. 교통은 다른 도로로 우회됐다. 구급 차량 몇 대가 통제선 밖에 대기했다. 아직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의료 인력은 이미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마지막 시민이 빠져나오자 대원 하나가 단말을 확인했다.

“4구역 민간인 확인 완료.”

조금 뒤 다른 쪽에서 응답이 돌아왔다.

“5구역 확인 완료.”

“동부 연결로 통제 완료.”

짧은 보고가 차례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서야 무장 병력이 안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메런은 그 모습을 바라봤다. 병력의 행렬은 정교했다.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누구도 불필요하게 무기를 들어 올리지 않았다. 앞에 선 병력이 건물을 확인하면 뒤쪽 인원이 교차로를 확보했고, 그 뒤로 드론이 지나갔다. 수십 명이 따로 움직이고 있었는데도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기계처럼 보였다.

케이가 감탄했다.

“멋있다.”

딘도 장난처럼 말했다.

“나도 성인식 끝나면 지원해볼까? 나 정도면 뽑아주지 않겠어?”

“네가?”

“왜.”

“아침마다 늦잠 자는 에셜론 대원이라니 인류가 위험하겠다.”

“작전 있을 때는 일어나지.”

“평소에는?”

“AI가 깨워주겠지.”

케이가 웃었다.

“벌써부터 남한테 맡기네.”

딘이 어깨를 으쓱했다.

메런은 웃지 못했다. 무장 병사들 사이로 꿈속의 장면이 겹쳐 보였다.

폐허.

총성.

고위 대원.

우리는 적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메런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에셜론 병력은 이미 통제 구역 안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도시 전광판이 속보로 바뀌었다.

[도심 일부 구역 통제]

[ECHELON 작전 수행 중]

[시민 여러분께서는 안내에 따라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축구장으로 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늦췄다. 카페와 식당의 화면에도 같은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거리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면서 화면을 바라봤고, 다른 사람은 통제 구역 때문에 약속 장소를 바꾸고 있었다.

“빨리 잡혔으면 좋겠네.”

“오늘 안에는 끝나겠지.”

“애들만 안 다치면 됐지.”

“에셜론이 알아서 하겠지.”

한 남자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

“테러리스트들은 없어져야 해.”

누구도 뱅가드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조차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에셜론이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설명처럼 보였다. 메런은 그게 조금 이상했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도 꿈을 꾸기 전에는 뱅가드에 대해 알려진 내용을 굳이 의심을 해 본적이 없으니까.

경보가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가 비워졌다. 시민들이 빠져나왔다. 병력이 들어갔다. 혼란은 거의 없었다. 누군가 도시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순서대로 움직였다.

작전은 계속됐다. 통제 구역 안쪽. 드론 한 대가 건물 외벽을 따라 올라갔다. 창문과 출입구를 차례대로 확인했다.

“외부 확인 완료.”

지상에 있던 대원들이 움직였다. 한 명이 출입구 옆에 붙었다. 다른 한 명이 내부를 확인했다.

“진입.”

이 열렸다. 두 명. 그 뒤로 두 명. 나머지는 밖에서 골목 양쪽을 지켰다. 잠시 뒤 무전이 들렸다.

“1층 이상 없음.”

“2층 이동.”

조금 뒤.

“2층 이상 없음.”

다음 건물. 그리고 그다음 건물. 에셜론은 빈 건물을 발견했다고 해서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문 하나.

방 하나.

계단 하나.

확인할 때마다 짧은 보고가 이어졌다.

“민간인 없음.”

“위험 물질 없음.”

“이상 없음.”

확인된 건물의 표시가 하나씩 바뀌었다. 수색 범위가 천천히 좁아졌다. 한동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작전은 멈추지 않았다. 골목 끝에서 다른 팀이 합류했다.

“서쪽 구역 확인 완료.”

“동쪽 구역 진행 중.”

“지하 연결 통로는?”

잠시 후 대답이 돌아왔다.

“진입 준비 완료.”

지상의 병력 일부가 이동했다. 그들이 사라진 뒤에도 입구에는 인원이 남았다.

몇 분 뒤.

“지하 1구역 이상 없음.”

다시 몇 분.

“2구역 이상 없음.”

그 시간 동안 시민들은 통제선 밖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카페는 영업을 계속했다. 식당에서는 주문이 오갔다. 통제된 도로를 피해 운행하는 대중교통의 새로운 경로가 화면에 표시됐다.

아이 하나가 유리창에 얼굴을 붙이고 멀리 드론을 바라봤다.

“엄마, 언제 끝나?”

“조금 있으면.”

“어떻게 알아?”

어머니는 화면을 한번 보고 말했다.

“에셜론이 왔잖아.”

아이는 금방 관심을 잃고 음료를 마셨다. 메런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몇 시간이 지났다.

갑자기 무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흔적 확인.”

잠시 정적이 흘렀다. 거리의 화면에 작전 영상이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장 중계 화면에 표시되던 병력 몇 개가 한쪽으로 빠르게 모이기 시작했다.

“위치 확인 중.”

“주변 구역 재통제.”

병력들이 좁은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메런도 자기도 모르게 화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잠시 뒤.

“진입 완료.”

정적. 그리고 다시 무전.

“대상 없음.”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흔적 분석.”

조금 뒤.

“최근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

“현재 위치는?”

다시 정적.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판단.”

케이가 작게 말했다.

“놓쳤나 보네.”

딘은 화면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도망간 거면 끝난 거 아냐?”

하지만 에셜론은 바로 철수하지 않았다. 수색은 한동안 더 이어졌다. 이미 확인했던 주변 건물 몇 곳을 다시 확인했다. 연결 통로도 다시 조사했다. 드론들이 구역 외곽을 따라 움직였다. 메런은 조금 의아했다.

“없다며.”

딘이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그러겠지.”

마지막 확인이 끝난 뒤에야 무전이 바뀌었다.

“전 구역 확인 완료.”

“추가 위험 요소 없음.”

“민간 통제 단계 해제 준비.”

그제야 병력 일부가 먼저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바로 떠나지 않았다. 통제선 주변을 확인하고, 대기하던 의료 인력이 철수했다. 도로에 세워졌던 차단 표시가 하나씩 사라졌다.

도시 안내 화면도 다시 바뀌었다.

[남부 5구역 안전 확인]

[통행 제한 순차 해제]

[일부 구간은 현장 정리 후 개방됩니다]

몇 분 뒤 첫 번째 교차로의 신호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대기하고 있던 차량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게 주인들이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돌아왔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에셜론 대원들은 시민들이 들어오는 동안에도 자리를 지켰다. 한 노인이 통제선을 지나며 대원에게 물었다.

“이제 들어가도 되죠?”

“네. 이 구역은 안전합니다.”

노인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어요.”

대원은 짧게 목례했다. 장갑차들이 하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이어 수송 차량이 떠났다. 가장 마지막에는 드론들이 하늘로 올라갔다. 시민들은 ‘끝났나 보다’라고 말하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가게의 음악이 다시 커졌다. 막혀 있던 도로가 열렸다. 사람들은 조금 전까지 군 병력이 서 있던 길을 다시 걸었다. 몇 시간 동안 도시 한 구역을 뒤덮었던 작전은 그렇게 흔적을 지워갔다. 메런은 마지막까지 철수하는 병력을 바라봤다.

‘도대체.’

‘뱅가드는...’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에셜론은 이만한 병력을 움직였다. 도시 하나가 순식간에 그들을 위해 길을 비웠고, 시민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했다. 메런도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눈앞에서 본 에셜론은 강했다. 단순히 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상황이 생기자 도시 전체가 그들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사람들을 먼저 빼냈고, 하나씩 확인했고, 확인이 끝날 때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끝나자 모든 것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수송기들이 멀어졌다. 도시는 다시 평온해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메런이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 메런은 반사적으로 고층 건물 쪽을 올려다봤다. 옥상 가장자리. 사람 하나가 서 있었다. 너무 멀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검은 실루엣. 바람에 흔들리는 외투 자락. 메런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람도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했다. 자신을 보고 있었다.

순간 꿈속의 폐허가 스쳤다. 메런이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실루엣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메런?”

케이가 불렀다.

“뭘 봐?”

“…누가 나를 보는 것 같았어.”

케이가 옥상을 바라봤다.

“꼭대기에 뭐가 있는지 보여?”

“아니었나봐…”

한동안 빈 옥상만 바라봤다. 정말 사람이 있었던 건지.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게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버지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직접 알아보는 건 어때?’

메런이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직접.”

이번에는 문장이 끝까지 이어졌다.

“확인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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